[심층 칼럼] 플랫폼 전쟁의 종착지: 결국 승자는 'IP 파생 비즈니스'가 가린다
부제: '구독의 시대'가 저물고 '소유의 시대'가 온다… 엔터테인먼트 수익 모델의 대전환
1. 서론: 풍요 속의 빈곤, 플랫폼 전성시대의 역설
2026년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콘텐츠를, 가장 저렴한 가격에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수만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집니다. 바야흐로 '플랫폼 춘추전국시대'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듯합니다. 수백억 원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이 매달 공개되고, K-콘텐츠는 글로벌 차트를 휩씁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조명 뒤편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것은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대중은 '구독 피로도(Subscription Fatigue)'를 호소하며 여러 개의 서비스를 메뚜기처럼 갈아타는 '체리피커'가 되었습니다. 신규 가입자를 한 명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CAC)은 급증하는데, 고객 생애 가치(LTV)는 오히려 줄어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콘텐츠는 더 이상 그 자체로 '최종 상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로 진입하게 만드는 '초대장'일 뿐입니다. 오늘 이 긴 글을 통해, 왜 콘텐츠 산업의 권력이 플랫폼에서 'IP 파생 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낱낱이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OTT 경쟁 구도2. 숫자의 함정: 왜 '구독 경제'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가?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숫자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한계에 봉착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시간의 유한성' 때문입니다.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아도, 한 사람이 하루에 볼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곧 플랫폼이 한 명의 유저에게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에 명확한 '천장(Ceiling)'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파생 비즈니스'는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는 10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입은 굿즈를 사고, OST LP를 구매하고, 팝업스토어 티켓을 예매하는 데는 시간이 들지 않습니다. 오직 '팬심(Fan-ship)'과 '지갑'만 있으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경제학적 차이가 발생합니다. 구독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입니다. "한 달에 15,000원이면 영화 두 편 값이니까 이득이네"라고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하지만 파생 상품 구매는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소비'입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수십 장의 앨범을 사고, 웹툰 캐릭터 피규어를 사기 위해 10만 원을 망설임 없이 결제합니다. 비즈니스의 역사에서 가장 큰 마진을 남기는 영역은 언제나 이성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소유욕을 자극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를 늘려야 하는데, 구독료 인상은 저항이 심합니다.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콘텐츠를 보고 난 팬들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파생 상품'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넷플릭스가 굿즈 샵을 열고, 게임 산업에 진출하며, 오프라인 체험 공간인 '넷플릭스 하우스'를 짓는 진짜 이유입니다.
3. 승자의 조건: '히트 콘텐츠'를 넘어 '슈퍼 IP'로
그렇다면 모든 콘텐츠가 파생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냉혹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히트 콘텐츠'와 '슈퍼 IP(Intellectual Property)'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 🔴 히트 콘텐츠: 방영 당시에는 시청률 1위를 찍고 화제를 모으지만, 종영 후 3개월만 지나도 대중의 뇌리에서 잊힙니다. 수익 모델이 방영권료와 광고 수익에 한정됩니다.
- 🔵 슈퍼 IP: 콘텐츠가 끝난 후에도 캐릭터, 세계관, 음악이 살아남아 스스로 돈을 벋니다. 세대를 넘어 생명력을 유지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확장이 가능합니다.
가장 완벽한 예시는 '포켓몬스터'입니다. 많은 사람이 포켓몬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회사로 알지만, 포켓몬 컴퍼니의 매출 구조를 뜯어보면 충격적입니다. 전체 매출의 절대다수는 게임 소프트웨어나 영화 티켓이 아닌, '라이선싱 및 머천다이징(굿즈)'에서 나옵니다. 인형, 카드 게임, 의류, 식품 콜라보레이션 등이 벌어들이는 돈이 원천 콘텐츠의 수익을 압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파생 비즈니스의 마법입니다.
반면, 한국의 K-콘텐츠 시장을 봅시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작품들이 나왔지만,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우리는 그 과실을 온전히 따먹지 못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이 전 세계 핼러윈을 휩쓸었을 때, 정작 수익을 챙긴 것은 공식 제작사가 아닌 중국의 저가형 카피 제품 공장들이었습니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파생 비즈니스에 대한 설계(Blueprint)가 부재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작품부터 잘 만들고, 뜨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라는 안일한 마인드셋으로는 글로벌 IP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캐릭터는 인형으로 만들었을 때 귀여운가?", "이 로고는 티셔츠에 박았을 때 힙(Hip)한가?", "이 세계관은 테마파크나 게임으로 확장 가능한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슈퍼 IP'가 탄생하는 첫걸음입니다.
4. 2026년 파생 비즈니스 트렌드: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팔아라
이제 시선을 조금 더 미래로 돌려봅시다. 2026년, 그리고 그 이후의 파생 비즈니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단순히 로고가 박힌 머그컵이나 열쇠고리를 파는 1차원적인 MD 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입니다.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그들은 더 깊은 차원의 만족을 원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공간(Space)'과 '경험(Experience)'입니다. 온라인에서의 팬덤 활동이 오프라인의 물리적 공간으로 전이될 때,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최근 서울의 핫플레이스인 성수동이나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점령한 것은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웹툰', '아이돌', '유튜브 캐릭터'의 팝업스토어입니다. 팬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야기 속 세계관에 직접 발을 딛고, 주인공이 먹던 음식을 먹고, 그 공간의 공기를 마시는 '몰입의 경험'을 소비하러 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리테일 테라피(Retail Therapy)'와 '팬덤 이코노미'의 결합입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 파생 비즈니스는 유통, F&B(식음료), 관광, 숙박업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웹툰 작가의 그림이 걸린 호텔 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 아이돌의 세계관을 테마로 한 방 탈출 게임을 즐기며,
- 드라마 속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합니다.
이처럼 콘텐츠가 '보는 것(Watch)'에서 '사는 것(Live)'으로, 더 나아가 '향유하는 것(Enjoy)'으로 진화하는 과정. 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시청률 성적표에만 매달리는 제작사나 기획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5. 결론 및 제언: 콘텐츠 권력은 이동했다,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정리하자면,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명확합니다. 플랫폼은 '그릇'이고, IP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식당의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의 맛뿐만이 아닙니다. 그 음식을 먹고 난 손님이 디저트도 시키고, 포장도 해가고, 선물 세트까지 사게 만드는 '파생 비즈니스 전략'이 식당(기업)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지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고 있거나, IP 비즈니스를 꿈꾸는 분들에게 제언합니다. 당신의 콘텐츠가 가진 잠재력을 16:9 비율의 사각 스크린 안에만 가두지 마십시오. 스크린 밖으로 끄집어내어 팬들의 침실로, 책상 위로, 그리고 그들의 일상 속으로 침투시키십시오.
- 기획자라면: 시나리오 첫 줄을 쓸 때부터 '이것이 굿즈가 될 수 있을까?'를 질문하십시오.
- 마케터라면: 노출수(Impression)보다 팬덤의 관여도(Engagement)와 구매 전환율을 파십시오.
- 경영자라면: 단기적인 방영권 수익보다 장기적인 IP 자산 가치(Asset Value) 평가에 집중하십시오.
플랫폼 전쟁의 포성은 멈추지 않겠지만, 그 전쟁터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은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플랫폼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파생 생태계'를 구축한 IP 홀더(Holder)일 것입니다.
당신의 IP는 지금 얼마를 벌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디까지 확장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만약 그 답을 찾기 어렵다면, 지금이 바로 파생 비즈니스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하지만 파생 비즈니스에서는 늦으면, 남들이 다 가져간 뒤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Writer. 엔터테인먼트 파생 비즈니스 전략가 (엔터비즈)
"콘텐츠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합니다."
엔터테인먼트 IP 확장, MD 기획, 공간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와 협업 제안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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